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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일반

    거짓광고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박재홍의 뉴스쇼 - 행간]

     


    ■ 방송 : CBS 라디오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다룰 주제로 넘어가보죠.

    ◆ 김성완> 어제 국내 소비자들에게 좀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는데요. 귀뚜라미 보일러가 소비자를 속이는 거짓, 과장 광고를 해오다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다, 이런 소식이었습니다. 거짓광고가 넘쳐나는 대한민국,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4번 태워잡고 거꾸로 태어잡는다.” 그 TV 광고에 등장하는 보일러 말씀하시는 거죠?

    ◆ 김성완> 네, 맞습니다. 정말 배신감 느끼는 소비자들이 굉장히 많을 것 같은데요. 귀뚜라미가 사실 그 광고덕에 굉장히 브랜드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거든요. 그래서 브랜드 파워 17년 연속 1위, 이런 자리를 이제 고수하기도 했는데요.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 광고가 몽땅 거짓말이더라 이런 겁니다. 4번 태워잡고 거꾸로 태어잡는다던 4패스 열교환기. 귀뚜라미가 이 보일러를 세계 최초로 만들었고 국내 최고 효율이라고 자랑해 왔거든요. 그런데 이게 거짓말이라는 겁니다. 이미 150여 년 전부터 전세계적으로 사용되어 온 그런 방식이라는 것이고요. 국내 최고 효율이라는 것도 검증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또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자랑했던 콘덴싱 보일러, 이 역시 1978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개발해서 이미 상용화된 기술이라고 합니다. 보일러 생산규모가 연간 100만대로 세계 최대 보일러 회사다, 이렇게 자랑을 해왔는데요. 이것도 역시 거짓말입니다. 실제 생산량은 그 절반도 안 되는 43만대라고 하고요. 세계 최대의 보일러 회사는 연간 164만대를 생산하는 독일 회사가 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기술특허나 성능 등 사실과 다르게 광고한 게 수두룩한데요. 그래서 결국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았습니다.

    ◇ 박재홍> 거짓말이 굉장히 많은 건데, 아니 어떻게 이렇게 허위과장광고를 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를 대놓고 속인 건데. 이번 일을 계기로 귀뚜라미 보일러 최진민 명예회장의 과거 발언도 회자가 되고 있어요.

    ◆ 김성완> 맞습니다. 거짓광고에 속은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지워지지 않는 사건이 하나 있는데요. 2011년이었었죠.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가 한창 논란이 되던 때였는데요. 최 회장이 사내 통신망에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독려하는 공지글을 두 차례 올렸는데 이 두번째 올린 글 제목이 ‘공짜근성은 거지근성이다.’ 이런 겁니다. 글 내용만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어린 자식들이 학교에서 공짜점심을 얻어 먹게 하는 건 서울역 노숙자근성을 준비시키는 것이다.”, “가난한 집안의 아이가 공짜점심을 먹고 자라면 나이 들어서도 무료배급소 앞에 줄을 서게 된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굉장히 분노를 많이 샀던 내용이었는데요. 그래서 귀뚜라미가 인용한 글일 뿐이다, 이렇게 해명을 했지만 정 안 되니까 최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났습니다. 그래서 부인이 회장을 맡았었거든요. 그런데 소비자들이 이번에 공정위 시정명령 나온 걸 딱 보고 난 다음에 진짜 공짜근성, 진짜 도둑놈 심보는 귀뚜라미 아니었느냐 이런 얘기를 하고 있는 거죠.

    ◇ 박재홍> 귀뚜라미 보일러의 허위광고, 문제가 있습니다마는 기업들의 허위과장광고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심각한 문제 아니지 않겠습니까?

    ◆ 김성완> 맞습니다. 광고를 보통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하잖아요. 소비자가 있어야, 또 소비가 있어야 생산이 있는 것이고 그 소비 시작이 바로 광고에서부터 이루어지고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거짓광고, 허위광고에 둘러싸여서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최근에 적발된 사례를 제가 그냥 문장으로 정리해 봤습니다. 왜냐하면 너무 많아서 이거 다 정리하기도 힘들거든요.

    ◇ 박재홍> 너무 많다.

    ◆ 김성완> 지금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제가 비유를 해보면. 효과도 없는 화장품을 바르고 살 빠지는데 아무 쓸모도 없는 다이어트 신발 신고. 세계 최초 LTE 서비스도 아닌 이동통신사에 가입한 휴대폰으로 전화 걸면서 뻥연비 차를 타고 회사로 출근합니다. 집에 돌아와서 TV홈쇼핑을 트니까 매진임박이라는 거짓말에 속아서 물건 사고. 돈 모자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다음에 싱글이라서 외로워서 제대로 만남도 주선하지 않는 결혼정보업체에 돈을 갖다 바칩니다. 이게 최근에 적발된 사례를 토대로 가상의 삶을 제가 말씀 드린 겁니다.

    ◇ 박재홍> 듣다 보니까 좀 슬퍼지네요.

    ◆ 김성완> 이것만 있는 것도 아니에요, 사실은. 병원의 거짓 허위과장광고에 속아서 병원을 마트 가듯이 지금 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이게 사실 우리의 초라한 현실이기도 한 거죠.

    ◇ 박재홍> 사실이 이렇다면, 정부가 뒷북 대책만 내놓을 게 아니라 허위과장광고를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내놔야 하는 거 아닌가요?

    ◆ 김성완> 참 이게 답답한데요. 가장 기본적인 것은 기업들 스스로 윤리경영을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 박재홍> 그렇죠.

    ◆ 김성완> 소비자가 있어야 기업도 있다, 그러니까 소비자를 속이면 안 된다고 하는 인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다는 거죠. 그러면 그런 게 없을 때 어떻게 해야 되느냐. 사회적으로 징벌을 가해야 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정부의 처벌이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는 건데요. TV홈쇼핑 같은 경우에 제가 예를 들었잖아요, 방금 전에. 허위과장광고 심각한 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 공정위가 허위과장 광고로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가 2012년 딱 한 건 있었습니다.

    ◇ 박재홍> 한 건밖에 없습니까?

    ◆ 김성완> 과징금도 1000만원이에요. 국회 입법조사처에서 과징금도 늘리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이런 보고서를 낼 정도입니다. 다이어트 신발 광고, 서울 YMCA가 허위과장광고를 하고 있다, 그래서 공정위에 조사를 요청한 지 3년이 지나서야 시정조치가 나왔습니다. 더군다나 과징금이 10억원 남짓이었는데요. 시장 규모가 7000억원입니다. 7000억원어치 판 다음에 과징금 10억원. 이게 거의 대부분의 스포츠 용품 업체가 다 걸려 있었던 일이었었거든요. 10억원 쯤이라면 그냥 내고 말죠, 그냥.

    ◇ 박재홍> 그냥 과장광고하고 7000억 벌고 10억원 내면 된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김성완> 그런데 더 화가 나는 건 미국에서 똑같은 사건이 논란이 됐는데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미국은 2500만달러를 환불조치 하라고 시켰습니다. 250억원을 소비자들한테 다 물어줘라, 다시 되돌려줘라 이렇게 결정을 내렸거든요. 그러니까 한국 소비자는 봉이다, 이런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 박재홍> 그렇다면 우리도 이렇게 미국처럼 집단소송제라든지 소비자들이 정말 왕이 될 수 있는 그런 조치, 필요한 거 아니겠습니까?

    ◆ 김성완> 필요하죠. 이게 굉장히 오래 전부터 얘기가 나왔었던 건데요.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이기도 합니다. 집단소송제하고 징벌제손해배상제를 도입하겠다고 했었고요. 지난해 3월에도 경제부총리가 이거 다시 도입하겠다는 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경제민주화 얘기와 함께 진짜 가뭇없이 사라져버렸습니다. 전혀 얘기가 없는데요. 집단소송제 도입하는 것, 내용은 다 아시겠지만 소비자가 거대기업을 상대로 해서 소송을 내고 한다고 하더라도 이길 확률이 많지 않잖아요. 그래서 소비자 한 명이 소송을 내서 이기면 나머지 소비자들도 배상을 받을 수 있는 그런 법입니다. 실제 또 징벌적손해배상제 같은 경우에도 피해액수 한 3배 이상, 이렇게 징벌적으로 손해배상하도록 해 주면 기업들이 허위과장광고를 할 수 있겠습니까? 무서워서 할 수가 없겠죠. 결국은 정부의 의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조금 안타깝게도 우리 정부는 그런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다, 기업 감싸기에 급급한 거 아니냐, 이런 답답한 생각이 드는 그런 오늘인 것 같습니다.

    ◇ 박재홍> 소비자를 봐야 한다 이런 말씀이네요. 여기까지 듣죠.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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